위기의 조직이 놓치고 있는 다섯 가지 감각
조직은 무너질 때 갑자기 무너지지 않습니다.
겉으론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가지만, 안에서는 이상 신호가 조금씩 번져갑니다.
사람들이 말이 줄고, 생각이 숨고, 목표가 흩어집니다.
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조직은 서서히 방향을 잃고, 마침내 주저앉게 됩니다.
『손자병법』에서는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다섯 가지 기준을 말합니다.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
오늘날 이 다섯 가지는, 위기를 지나고자 하는 조직이 점검해야 할 감각이기도 합니다.
1. 도(道) — 우리는 지금,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가
1-1. 도란 ‘공통된 방향 감각’입니다.
도는 단순한 가치나 표어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적을 뜻합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있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1-2. 감정적 명분이 아닌, 실제 행동을 보아야 합니다.
도는 ‘뜻’이지만, 말이나 감정이 아닙니다.
감정적 명분에 기대거나, 미화된 전통을 반복해서 외치는 것만으로는
조직이 하나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구성원들이 실제로 왜 움직이고 왜 멈추는지를 관찰하고 판단하는 일입니다.
이유를 말로 주입하기보다,
행동의 근거를 바닥에서부터 찾아야 합니다.
1-3. 도는 설득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리더가 아무리 강조해도,
실제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방향은 조직 안에 스며들지 않습니다.
작은 승리, 반복 가능한 성과, 구성원이 체감할 수 있는 일상적 성취가
도(道)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듭니다.
1-4. 도를 흔드는 건 리더의 자기 감격입니다.
리더는 늘 냉정하게
조직의 목표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현재 우리가 가진 역량과 한계를 측정해야 합니다.
스스로의 말에 취해 감격하는 순간,
조직은 현실을 잃고 추상 속에서 방향을 잃게 됩니다.
조직이 하나가 되기 위해선
먼저 리더 자신이 중심을 붙잡고 있어야 합니다.
2. 천(天) — 환경은 운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2-1. 손자가 말한 ‘천’은 기후, 시간, 외부 조건입니다.
우리는 흔히 결과가 안 좋으면 “운이 나빴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손자는 환경을 변수이자 예측 가능한 조건으로 보았습니다.
2-2. 실패는 운이 아니라, 준비 부족에서 옵니다.
날씨를 핑계 삼은 전쟁은 대부분 철저한 준비 부족이 원인이었습니다.
반대로 성공한 지휘관은 환경을 계산에 포함시킨 사람이었습니다.
아이젠하워는 기상 정보를 근거로 작전을 미뤘고, 결국 성공했습니다.
2-3. 통제할 수 없는 10%보다, 통제 가능한 90%에 집중해야 합니다.
기후든 시장 변화든,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최소한의 정보, 최대한의 판단 근거를 확보하려는 태도가
위기를 버티는 조직의 기본입니다.
3. 지(地) — 전술은 지형 위에서만 의미를 가집니다
3-1. 손자는 전술은 지형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도 지형을 고려하지 않으면 무의미합니다.
사막, 평지, 산악, 도심, 조직의 규모나 속성까지—
상황이 달라지면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3-2. 과거의 성공은 새 환경에서 반드시 다시 해석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잘 먹혔던 방식이
지금은 낯설고 어긋나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땐 방식이 틀린 게 아니라,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환경이 바뀌었다면, 그에 맞는 구조와 판단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3-3. 그러나, 그렇다고 기다리기만 해선 안 됩니다.
손자는 “기다리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롬멜 장군은 익숙지 않은 사막 전투에서도 빠르게 지형을 파악했고,
그의 병사들 또한 처음엔 당황했지만 결국 스스로 생존법을 익혔습니다.
4. 장(將) — 리더는 하나의 얼굴이 아닙니다
4-1. 손자는 리더에게 다섯 가지 자질을 요구했습니다.
지혜, 신의, 인, 용기, 위엄.
이 다섯 가지는 고정된 성격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조합되고 표현되어야 할 역량입니다.
4-2. 리더십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설계되는 것입니다.
맥아더는 오만하고 폐쇄적인 이미지였지만, 병사들은 그에게서 신뢰와 자상함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패튼은 과격하고 욕설을 퍼붓는 장군이었지만, 실제로는 병사들의 심리를 읽고 조종하는 계산된 퍼포머였습니다.
4-3. 중요한 건 얼굴이 아니라 맥락입니다.
어떤 상황에선 위엄이,
어떤 상황에선 인(仁)과 신의가 더 중요해집니다.
리더의 진가는 고정된 태도가 아니라,
맥락에 따라 사람과 조직을 다룰 줄 아는 유연함에 있습니다.
5. 법(法) — 조직은 싸우기 전에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5-1. 법은 병법이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손자가 말한 법(法)은 병참, 보급, 제도, 행정, 조직의 구조 전반을 뜻합니다.
즉, 싸우기 이전에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의 힘입니다.
5-2. 전쟁은 전략으로 시작되지만, 보급이 끊기면 무너집니다.
제갈량은 병법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행정과 병참, 조직 유지 능력에 더 뛰어났던 인물입니다.
유비 사후에도 그는 혼란을 통제하고, 군을 해체하지 않았으며,
북벌을 끝까지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5-3. 조직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운영력’입니다.
사람은 버티지만, 시스템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단단한 조직만이 위기를 견딜 수 있습니다.
성과 이전에, 조직이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합니다.
마치며
위기의 순간, 우리는 흔히 말합니다.
“더 열심히 하자.”
“정신력으로 버티자.”
하지만 진짜 필요한 건 조직의 감각을 다시 세우는 일입니다.
방향은 뚜렷한가(도)
환경은 고려되고 있는가(천)
전략은 현실에 맞게 조정됐는가(지)
리더는 유연하게 반응하고 있는가(장)
이 모든 걸 지탱할 수 있는 구조가 있는가(법)
이 다섯 가지가 회복되면,
조직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조직은 이 다섯 가지 감각을 놓치고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