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세상은 어떻게 투자자의 놀이터가 되었는가?

by BLACK MARKER 2025. 3. 25.
반응형

세상은 어떻게 투자자의 놀이터가 되었는가

돈의 지도-투자-부동산-인프라-미술시장-경매시장

1. 부동산: ‘사는 곳’에서 ‘사는 자산’으로

1-1. 밴쿠버, 투자의 도시로 바뀌다

대표적인 예는 부동산입니다.
부동산은 오랫동안 ‘거주 공간’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을 중심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도시는 단지 ‘사는 곳’이 아니라, 돈을 보관하는 장소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 중 하나는 캐나다 밴쿠버입니다.
이곳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산층이 접근 가능한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해외 자본이 대거 유입되며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투자의 대상으로 변했습니다.

2018년 기준으로, 밴쿠버의 평균 주택 가격은 2000년 대비 약 12배 상승했습니다.
현지인의 소득 수준은 크게 오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도심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1-2. 주거지의 기능이 사라지다

더 심각한 건, 이렇게 투자 대상으로 전환된 부동산은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심 고급 아파트는 전 세계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 일부가 되었고,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결국 집은 '사는 곳'이 아니라, 자산을 저장해 두는 금고처럼 기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중산층과 청년층은 도심에서 밀려나 외곽으로 떠나고,
도시는 점점 살기 위한 곳이 아닌 소유를 위한 장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2. 인프라: 요금은 오르고 책임은 시민에게

2-1. 공공 인프라의 민영화

집뿐만 아니라, 수도, 전기, 도로 같은 공공 인프라 역시 자본의 투자가 집중되는 분야입니다.
198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은 ‘효율성’을 내세워 공공 서비스의 민영화를 진행해 왔습니다.
전통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던 공공 설비들이 민간 기업의 손에 넘어간 것이죠.

대표적인 사례는 호주와 영국의 수도 시스템입니다.
호주의 Southern Water라는 민영 수도 회사는 하수 처리 실패로 수천억 원의 벌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담은 요금 인상이라는 방식으로 결국 시민이 지게 되었습니다.

2-2. 투자자는 수익, 시민은 비용

이 구조는 명확합니다.
- 기업은 수익을 얻고,
- 시스템이 실패하면 비용은 사용자, 즉 시민이 지불합니다.

한때 '공공성'으로 운영되던 서비스는 이제 투자자 수익을 위한 구조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민이 감내해야 할 경제적, 사회적 부담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3. 미술시장: 감상이 아닌 자산 관리의 수단

3-1. 미술품은 이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미술도 예외가 아닙니다.
전시관에 걸린 명화 뒤에는 거대한 자산 시장이 존재합니다.

이제 미술품은 예술적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 대상이자 자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인식됩니다.
글로벌 자산가들은 작품을 집이나 갤러리에 걸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스위스 제네바, 룩셈부르크, 홍콩 등의 면세 저장소, 즉 ‘자유항’에 보관됩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 작품을 전시하지 않으면 손상될 염려도 없고,
- 면세 구역에 두면 매매 시 세금도 피할 수 있으며,
- 가격이 오를 때까지 잠재적 가치 자산으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2. 수익률이 말해주는 투자처로서의 그림

또한 미술품의 수익률은 놀라울 정도로 높습니다.
특히 작가가 사망한 이후의 작품은 공급이 제한되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고,
연평균 10~14%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한 사례도 있습니다.

미술은 이제 감상이 아니라, 소유를 통해 수익을 얻는 자산 시장의 일종이 된 것입니다.

4. 경매시장: 자산의 흐름이 보이는 새로운 지도

4-1. 글로벌 미술 경매의 중심지

이러한 미술 자산이 거래되는 대표적인 공간이 글로벌 경매시장입니다.
미국, 중국, 영국이 세계 미술 경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크리스티스, 소더비, 폴리옥션과 같은 대형 경매사가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단지 예술 작품이 거래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산의 흐름, 자본의 방향, 그리고 국가 간 부의 교환이 동시에 일어나는 곳입니다.

4-2. 작가의 국적과 경매 지역이 수익률을 좌우

작가의 국적과 작품이 판매되는 지역 또한 수익률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나 네덜란드 출신 작가들의 작품은 유럽 경매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그에 따라 투자 가치도 상승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결국 미술 경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자본 흐름의 지도이자,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장치가 되고 있습니다.

5. 결론: 누구를 위한 세상인가?

5-1. 자산의 논리에 재편되는 삶의 조건

이제 우리는 집을 ‘사는 곳’이 아닌 ‘사는 자산’으로 보고,
수도요금을 공공 요금이 아닌 기업 이익의 수단으로 지불하며,
그림을 감상하는 대신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계산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단순한 시장 논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본이 머무는 곳이 바뀌면서, 삶의 방식과 조건도 함께 재편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점점 더 일반 시민보다 자산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5-2. 생각해볼 질문

  •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누구의 것입니까?
  • 우리 사회의 공공 자산은 누가 소유하고 있습니까?
  • 투자와 불평등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할까요?

이 질문들은 단지 철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의 삶과 사회 구조에 대한 실제적인 고민이기도 합니다.
‘투자자의 놀이터’가 되어가는 이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시선을 가질 것인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